최근에 읽은 책은 ‘내가 우울한건 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때문이야.’ 이다.
이 책에 눈길이 간건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학창 시절의 기억 속에 있던 이 단어를 오랜만에 본 순간 마음이 끌렸다.
이게 다 늙었다는 증거다.
저자 박한선은 정신과 의사이며 신경 인류학자다.
저자는 머릿말에서 허약한 육체를 가지고 있지만 지적 능력은 우수한 인간이 왜 걱정과 불안, 엉뚱한 결정과 후회의 삶을 매일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신경인류학적 관점에서 고찰한 것이라고 한다. 인간의 허약한 정신력과 결함의 원인을 어디에서 찾게 될지 궁금했다.
책 내용과 함께 간단한 소감을 적어본다.
내 마음에 조상님이 산다.
부제목: 나는 왜 사소한 것에 집착할까?
사람은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데 왜 그럴까?
관심이 집착이 되고 그것이 중독이 되고 강박증이라는 정신적 질환으로 까지 확장되는 것은 왜 그럴까?
저자는 원시시대 정교하고 아름답기까지 한 손도끼를 만들었을 때부터 집착이 있었다고 한다. 여성의 경우는 장신구 등도 해당 될것이다.
인간의 이런 집착이 있었기에 인류 문명에서 수 많은 걸작이 탄생했으며 어떤 목표를 향한 집착은 성공의 밑거름이 될 수도 있다며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준다. 단, 심각한 강박은 의사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부제목: 시험 때면 찾아오는 불안감
시험이나 면접 때 불안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가?
나는 학력고사때 시험지도 하얗고 머리도 하얘진 경험이 있다.
불안이나 두려움은 포유류에서는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심리 상태라고 말한다. 이것은 의지로 조절할 수 없는 자동 반응이라고 한다.
이런 심리는 힘에 의해 형성된 동물의 서열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이런 심리가 자신의 생명을 지키는 수단이었을 수도 있다.
위급한 상태에서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이 분출되어 몸을 보호하는 것처럼 말이다. 혹은 상대를 안심시키고 진정시키는 효과는 아닐까?
“짜~식! 떨고 있구나. 한번 봐줄께. 조심해!” 이런 심리를 기대한 것일까?
동물들은 그런것도 같은데 인간 세계에서는 약하게 보일수록 더 많은 공격을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 같다.
한편 인간은 자신이 의지로 조절할 수 없는 원시적인 불안, 두려움의 심리를 극복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인지회로’도 발달시켜왔다고 한다. 이 인지회로를 이용해서 불안한 마음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 3가지를 제시한다.
첫째는 “의식적 수용”이다. 상황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그것을 의식적으로.
둘째는 “의식적 관조”이다. 자신의 의식을 끄집어내어 제3자의 관점으로 보라는 뜻인가?
셋째는 “감내하면서 행동으로 옮긴다.”이다. 의식이 행동을 이끌도록 하라는 말 같다.
나는 의식이 본능을 지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정도는 돼야 호모 사피엔스라고 불릴 자격이 있다.
영화 ‘레이더스’에서 인디아나 존스가 뱀에 발작적인 공포가 있다는 예를 들면서 (인디아나 존스 레고 게임 앞부분에도 이 장면이 나온다.) “불안의 원인을 안전한 상태에서 계속 자극하면 불안이 점점 줄어든다.”고 한다. 시험 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모의 시험을 많이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부제목: 인간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
인간은 왜 거짓말을 할까? “네 살 반 정도부터 다른 사람의 말을 꾸며서 전달할 줄 알고 여섯 살이 되면 거짓으로 웃거나 울 수 있다.”고 한다.
헉! 천진난만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하지만 어린이들의 거짓말은 오히려 눈치 챌 정도여서 귀여울 때가 많다. 인간은 거짓말 능력과 함께 상대의 거짓말을 탐지하는 능력도 함께 진화했다고 한다. 또한 거짓말은 대상에 대한 욕망이 강하거나 불안이 심할 때 특히 증가한다고 한다. 역시 생존 전략인 것 같다.
부제목: 나만 똑똑하고 합리적이라는 착각
사람들은 자신이 똑똑하고 합리적이라는 착각을 한다. 흔히 자신의 판단과 결정을 실제보다 더 신뢰하고 그것을 공고하게 하려고 행동하는데 이것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서울 안 가본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생각난다. 저자는 “정말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기억력만이 아니라 판단력도 의심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나의 경우 오십이 넘어 지난 시절을 되돌아 보니 젊었을 때 얼마나 어리석은 판단을 많이 했는지 명확해진다.
이런 경험을 우리 아이들은 되풀이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잔소리만 계속 늘고 있다.
부제목: 먹방 시대의 심리학
요즘에는 음식과 관련된 사회 현상이 정말 요지경이다. 이쪽을 보면 날씬하고 멋진 연예인들이 유혹하고 있고 또 이쪽을 보면 테이블 위에 쌓인 가득 놓인 음식들이 시각,후각,망각을 자극한다. 남녀 모두 날씬하고 건강한 몸매를 가지기 위해 며칠 가지도 못할 필사적인 노력을 의지력 시험대에 올려 놓는다.
매번 실패를 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물만 먹었는데 살이 찐다.’느니 ‘운동 열심히 하는데…’하면서 셀프 기만으로 마무리 짓는다. 히든 카드는 약이나 현대 의학이다. 머리 속으로는 온갖 상상과 걱정으로 뒤죽박죽 되지만 결국은 돈을 구하기 위한 몸부림을 시작한다.
먹방이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장악하고 있다. 티비는 말할 것도 없고 유튜브 인기로 더욱 기세를 올리고 있다. 왜 사람들은 먹는 것을 그렇게 좋아할까? 물론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하지만 자연속의 동물들과는 완전히 다른 습성을 보인다. 비만이 수 많은 질병의 원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왜 음식에 대한 탐욕이 끝도 없이 이어질까? 얼마전 미국에 사는 사람들의 절반 정도가 비만이라는 뉴스를 본 기억이 있다. 텔레비전, 인터넷, 휴대폰 화면에 온갖 화려한 음식들이 자기 좀 먹어 달라고 교태를 부리는데 안 먹을 장사가 없기도 하다.
인류가 지금처럼 풍족하게 살게 된 것은 100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 이전에는 수백만 년 동안 굶주려 왔다. 그래서 몸과 마음이 달고 기름진 것을 좋아하고 남은 에너지는 지방으로 바꾸어 저장하는 형태로 진화했다고 한다. 배와 허리가 굵어지기 시작하면 일용할 양식보다 많이 먹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에 대한 집착의 상당수는 보상성 행동이라고 한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먹는 것이다. 요새 유튜브에는 돈을 벌기 위해 먹기도 한다. 음식을 먹으면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에 의해 행복감을 느끼고 약발(?)이 줄어들면 또 먹기를 반복하게 된다.
경제가 나빠질수록 음식 관련산업이 활성화 된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경제 살리려고 먹어주는 건 아닐것이다. 하지만 그런 음식 활동으로 경제가 버텨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현대인은 식탐으로 결국 비만과 식이 장애 질환을 얻었다. 나는 내 몸이 먹어 달라고 애원할 때만 먹어 준다. 믿거나 말거나.
부제목: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지만 오늘날은 선택하고 결정해야 할 게 너무 많다. 무엇을 결정하는데 쉽게 선택하지 못하고 마음이 왔다 갔다 하거나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그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그리고 잘 안되었을 때는 이내 후회하면서 “어이구 바보야!”를 중얼거리는 것은 아쉬움 때문이다.
선택과 결정에 불안과 걱정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므로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사람들은 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넘기거나 윗사람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서 선택의 고통에서 벗어나려 애쓴다.
평소에 올바른 선택과 판단의 확률을 높일 수 있도록 공부하고 노력한다면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책에도 이와 관련된 예시가 나온다.
“어떤 게임에서 당신은 0.001%의 확률로 100억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혹은 0.002%의 확률로 50억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저자는 시중에 떠도는 소위 ‘결정 장애 자가 진단 테스트’는 과학적 근거가 대단히 의심스러운 진단법이라고 한다. 질문 선택 항목이 몇 개 이상이면 정상, 중증 이런 것 흔히 볼 수 있다. 그냥 재미로 보는게 나을 듯 하다.
부제목: 게으른 천재라는 착각
노는게 좋나요? 아니면 공부하거나 일하는게 좋나요?
당연히 노는게 더 좋다. 정확히 말하면 일을 되도록 적게 하려는 게으름 속성이다. 이 특성은 원시시대에 음식을 얻기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진화의 결과로 생겼다고 Daniel Lieberman 교수는 주장한다. 동물들이 사냥 이외의 시간은 자거나 휴식을 취하고 다큐멘터리에서 아마존 등에 아직 살고 있는 원시 부족들도 비슷한 생활을 하는 걸 보면 일리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게을러서는 살아 남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열심히 살아가기는 하지만 실속은 없는 삶이 되곤 한다. 책에서는 “분주한 게으름뱅이”라는 말이 나온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지만 진정 이것이 자신이 원하는 길인지 혹은 옳은 길인지 숙고하지 않는다. 자신의 꿈에 대해 생각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치밀하게 계획된 생활이 아니라는 뜻이다. 시간을 의미 없이 허비하고 있지는 않은 지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신은 언제 좌절을 느끼는가? 아무리 노력해도 생각한 대로 잘 풀리지 않을 때 정말 서글프다. 주위 사람들은 그 결과에 대해 위로와 용기의 멘트는 커녕 ‘게으르다, 노력이 부족하다’같은 비수를 장난삼아 아픈 마음에 꽂아 댄다.
그게 사실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세상은 성공의 피라미드가 수직에 가까울 정도로 가팔라졌기 때문에 노력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 들어 양자 역학에 대해 공부하면서 느낀 것은 이 우주는 확률의 수로 이루어졌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성공 자체가 아니라 그 확률을 높이는 노력의 과정에 기뻐하고 격려 받아야 한다.
부제목: 부조리한 삶에 대처하는 방법
현실은 또한 부조리로 가득 찬 세상으로 우리들에게 나타난다. 하지만 알베르 까뮈는 “이러한 부조리가 삶의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말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 부조리한 세상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비정상적인 삶이 계속되면서 사람들 머리속에는 혐오감과 무감각이 지배하고 그것이 정상인 것처럼 행동한다.
세상을 바꾸기 어렵고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삶에서 저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세상에 대한 행동과 태도, 즉 우리 자신을 바꾸는 것 뿐이다.”라고 말한다. 자신을 바꾸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것이 문제다.
실제 행동을 하기 전에 먼저 마음이 열려 있고 항상 깨어 있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은나라의 성군 탕왕이 세숫대야에 ‘일신 일일신 우일신’을 새겨 세수할 때마다 반성과 변화를 다짐했듯이.
다음 글은 '사랑과 결혼 그리고 짝짓기'에 대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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